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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17 행선지와 목적지, 둘 중 뭘 써야 할까?

by writainer 2020. 10. 29.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17 행선지(行先地)와 목적지(目的地)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지난 글에서는 가수 나훈아의 노래 갈무리와 무시로의 뜻에 관해 알아봤다. 2020년에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한 나훈아의 대표곡인 갈무리, 무시로의 뜻이 궁금하다면 지난 글을 읽으면 된다.

2020/10/04 -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 #16 나훈아 열풍, 갈무리 무시로 뜻은?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갈무리의 뜻은 크게 세 가지다.

 

1. 물건 따위를 잘 정리하거나 간수함.

2. 일을 처리하여 마무리함.

3. 통신상에 보이는 자료들 가운데 필요한 내용을 파일 형태로 저장하는 일.

 

이 중 나훈아의 노래에서는 갈무리가 1번 혹은 2번의 뜻으로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시로는 특별히 정한 때가 없이 아무 때나라는 뜻을 갖고 있다. ‘시시때때로’, ‘수시로와 비슷한 말인데, 노래 제목으로 하자니 '시시때때로'나 '수시로'는 느낌이 살지 않는다. 나훈아의 남다른 감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 글에서는 행선지(行先地)와 목적지(目的地)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행선지는 '떠나가는 목적지'라는 설명이 붙는 단어고, '목적지''목적으로 삼는 곳'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따라서 거의 같은 뜻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행선지는 일본어의 잔재로, 순화해야 할 대상이다. 행선지는 '유쿠사키(ゆくさき)'로 발음되는 전형적인 일본식 한자어 표현이다. 유쿠사키를 한자로 쓰면 이 된다. 행선지라는 단어는 이를 그대로 가져온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행선지라는 말이 지금도 널리 쓰이고 있다. 언론은 물론 일선 행정 부처 등에서도 여전히 이 단어가 일본어의 잔재라는 것조차 알려지지 않은 채 쓰인다.

 

이에 국립국어원에서는 필수 개선 행정용어를 선정하면서 100개 중 하나로 행선지를 택했다. 순화어(다듬은 말)로는 목적지가 있다. 같은 한자어이기는 하지만, 목적어는 행선지 같이 일본식 한자어 표현은 아니다.

 

한자어도 피하려면 가는 곳으로 순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행정 용어로 사용하기에는 목적어가 좀 더 수월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공공기관에서는 아직도 이렇게 무분별하게 일본식 한자어를 남용하고 있다. 일제의 잔재라고 할 수 있는 이런 단어들을 순화하려는 노력들이 국립국어원 등 여러 단체를 중심으로 오랫동안 있었으나, 효과는 아직까지 미미하다.

 

또 한 가지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간담회이다. ‘정답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라는 뜻을 가진 이 단어는 약 100년 전에 일본에서 온 말이다. 국립국어원에서는 간담회를 정담회’(情談會)대화모임으로 바꿔 쓸 것을 권하고 있다.

 

간담회라는 단어가 쓰이는 빈도는 다소 줄어든 것 같은 모양새이지만, 여전히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사용되고 있다. 홍보가 더 필요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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