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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14 장안의 화제, 우리나라 아닌 중국 이야기

by writainer 2020. 9. 22.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14 장안의 화제

 

지난 글에서는 나이를 셀 때 쓰는 표현인 '세'와 '살'의 구분에 대해 알아봤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된다.

https://asortofart.tistory.com/48

 

#13 주의해야 할 나이 세기, '세'와 '살' 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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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이야기는 바로 '장안의 화제'다. 요즘에도 사람들은 장안의 화제라는 말을 자주 쓴다. 언론 보도에서도 자주 접하는 표현이다. 모두가 입에 담는 이야기를 뜻하는 말이라는 것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을 왜 장안의 화제라고 부르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그다지 많지 않다.

 

답을 알고 나면 간단하다. 중국의 지명에서 유래한 것이다. '장안(長安)'은 현재의 중국 산시성 시안(한자로는 서안, 西安)이다. 장안은 중국 한나라, 당나라 등의 수도였던 곳으로, 진시황릉과 병마용갱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로 인해 동, 서양을 막론하고 전 세계 사람들이 찾는 유명 관광지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국과는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곳에 있어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관광지라고 볼 수 있다.

 

과거 조선인들의 인식 속에서 중국은 세상의 중심이었다. 따라서 중국의 수도인 장안은 세상의 중심인 중국 안에서도 가장 핵심일 수밖에 없는 곳이다. 조선의 양반들이 서울에 대해 이야기할 때 '서울 장안'이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하면서 '장안'이라는 단어는 '수도'라는 뜻으로 의미가 확대됐다.

 

따라서 장안의 화제는 단순히 중국의 도시 장안에서 떠도는 이야기를 뜻하지 않고 '온 도읍에 떠돌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라는 뜻을 갖게 됐다. 지금도 주변에서 가장 뜨겁게 논쟁이 일어나거나 사람들의 입에 쉬지 않고 오르내리는 사건에 대해 장안의 화제라는 표현을 쓴다. 중국을 세상의 중심으로 여기던 시대는 지났지만, 그때 쓰던 표현은 아직도 남아서 현대인들 사이에서도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한국인들에게 가장 유명한 중국 소설인 <삼국지>에서도 장안은 중요한 도시로 등장한다. 조조, 원소 등 18로 제후들이 연합군을 결성해 동탁을 토벌하기 위해 모였을 때 동탁이 잠시 싸우다가 천자를 데리고 낙양(지금의 뤄양)을 떠나 피신한 곳이 바로 장안이다.

 

이때 동탁에게 사로잡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한나라의 마지막 황제 헌제는 동탁의 제안에 따라 순순히 장안으로 천도한다. 이후 동탁은 양아들 여포의 손에 죽었으나, 헌제는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하고 이각, 곽사의 틈바구니에서 고생하다 종국에는 조조의 아들 조비에게 황제 자리를 빼앗기며 비운의 황제로 역사에 영원히 이름을 남겼다.

 

그러나 이 표현에 준 영향은 한나라 시절의 장안보다 당나라 수도로서의 장안이 더 컸다고 볼 수 있다. 당나라 전성기의 영향을 받아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이 곧 장안이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가장 큰 안전한 곳'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장안은 국운을 좌우할 수 있는 도성이 안전한 곳이어야 한다는 당시 사람들의 생각도 반영하고 있는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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