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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메이저리그 진출 무산 나성범과 700만 달러 김하성 차이는?

by writainer 2021. 1. 11.

NC 다이노스 나성범의 KBO리그 통산 기록. 출처 : KBO 홈페이지.

 

NC 다이노스 간판타자 나성범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렸으나 실패했다. 나성범의 협상 마감 시간은 한국시간으로 1월 10일 오전 7시였으나, 마감 시간까지 계약 소식은 끝내 들리지 않았다. 통합 2연패를 노리는 NC 다이노스는 나성범의 잔류가 반갑지만 개인에게는 비보다.

 

똑같이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에 성공한 김하성과는 너무나 큰 차이다. 코너 외야수인 나성범과 달리 센터라인에 설 수 있는 내야수인 김하성은 4+1년 최대 3900만 달러라는 후한 조건에 계약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확고한 주전 유격수(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와 3루수(매니 마차도)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온 루키에게 크게 베팅했다. 한국에서 유격수 혹은 3루수로 뛰었던 김하성은 2루수로 새로운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나성범의 실패 원인은 복잡해 보이면서도 간단하다. 우선 '나성범이 김하성보다 좋은 타자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단순히 타율이나 OPS, 홈런 수만 보면 나성범이 김하성보다 좋은 타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누가 더 통할 가능성이 높을까?'로 질문을 바꾸면 답은 김하성이다. 힌트는 기록에 있다.

 

나성범은 KBO리그에서 매년 타율 3할을 넘길 수 있는 정교함과 동시에 30홈런이 가능한 파워를 증명했다. 하지만 나성범은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는 타석도 많았다. 나성범은 KBO리그 통산 937경기 4140타석 동안 총 907차례나 삼진으로 물러났다. 2020 시즌엔 130경기에서 148삼진으로 삼진 비율이 이전보다 더 높아졌다.

 

삼진이 늘어나는 만큼 길게 카운트 싸움을 가져가며 볼넷도 얻을 수 있다면 출루율이 높아졌겠지만, 나성범은 2020 시즌 148차례나 삼진을 당하는 동안 볼넷은 49개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볼넷:삼진 비율이 1:3 수준이다. KBO리그에서도 이 정도면 메이저리그에서는 절대 통하지 않는다는 걸 많은 사례들이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으로 KBO리그를 대표하는 거포인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진출 직전 두 시즌 동안의 볼넷:삼진 비율이 1:2에 가까워 나성범보다 훨씬 좋았으나 실패했고, KBO리그 통산 볼넷이 삼진보다 더 많았던 김현수도 한 시즌 똑딱이로 버틴 것이 전부다. 2번째 시즌은 사실상 대실패였다.

 

게다가 나성범은 2019 시즌 치명적인 무릎 부상 이후 주루 능력도 상당부분 잃었다. 5툴 플레이어라는 평가도 있었으나 옛날 얘기다. KBO리그에서 3할 타율을 기록했던 타격에도 의문부호가 붙어 사실상 두 가지 툴(파워, 어깨)밖에 남지 않은 상태다.

 

나성범보다 두 살이나 어리고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평가도 훨씬 높았던 쓰쓰고 요시토모가 탬파베이 레이스와 계약하고 첫 시즌에 51경기에서 타율 0.197 OPS 0.708에 그친 것도 나성범에 대한 기대치를 낮췄다. 157타수 8홈런으로 파워는 인상적이었지만, 너무 쉽게 아웃되는 게 문제였다.

 

반면 이번에 대형 계약을 맺은 김하성은 2020 시즌 키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75볼넷 68삼진으로 볼넷:삼진 비율이 개선됐다. 첫 풀타임 시즌이었던 2015년에는 볼넷:삼진 비율이 1:2 수준이었으나 점진적으로 개선하며 리그에서 가장 까다로운 타자 중 하나로 거듭났다. 이것이 나성범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포지션 차이도 있지만, 포지션을 논하기 이전에 나성범 정도의 타자는 마이너리그에도 흔한 것이 사실이다.

 

해결책은 하나다. 나성범의 파워는 이미 증명됐지만 볼넷:삼진 비율을 개선하는 것이 과제다. 메이저리그에서 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를 상대하면 나성범의 볼넷:삼진 비율은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이다. FA 자격을 취득한 뒤에 도전하더라도 이대로는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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