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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2 갈등을 봉합하면 안 되는 이유

by writainer 2020. 7. 30.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2 갈등(葛藤)을 봉합(縫合)한다?

 

'갈등을 봉합한다'는 표현은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 중 하나다. 갈등을 봉합한다는 말을 일상에서는 물론 신문이나 방송 등 언론에서도 자주 쓴다. 하지만 갈등은 봉합해야 할 것이 아니다. '갈등(葛藤)'이라는 말의 의미를 상세히 살펴보면 왜 갈등을 봉합하면 안 되는지 알 수 있다.

 

갈등은 칡과 등나무라는 뜻이다. '칡 갈(葛)' 자와 '등나무 등(藤)' 자를 쓴다. 일이나 사정이 서로 복잡하게 뒤얽혀 화합하지 못함을 비유하는 단어다. 왜 칡과 등나무가 만나 이런 의미를 갖는 단어가 됐는지를 살펴보면 흥미롭다.

 

칡은 왼쪽으로만 감으며 올라가는 성격이 있고, 반대로 등나무는 오른쪽으로만 감아 올라가며 자란다. 따라서 칡은 시곗바늘이 돌아가는 반대 방향으로 자라고, 등나무는 시곗방향이 돌아가는 방향으로만 자란다.

 

그래서 둘을 한 곳에 심으면 복잡하게 엉키고 꼬여 쉽게 풀 수 없게 된다. 반대 성질을 갖고 있는 칡과 등나무를 봉합(縫合)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더 풀기 어렵게 될 것이다. 그래서 갈등은 봉합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봉합은 '수술을 하려고 절단한 자리나 외상으로 갈라진 자리를 꿰메어 붙이는 일'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의학 분야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인데 일상에서는 갈등이라는 단어와 묶여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갈등을 봉합한다는 말 대신 어떤 표현을 써야 할까? 갈등은 묶어선 해결할 수 없고 풀어야 한다. 그러므로 갈등을 풀거나 수습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수습(收拾)'이라는 단어에는 '어수선한 사태를 거두어 바로잡음'이라는 뜻이 있다. 따라서 갈등을 수습한다는 표현은 매우 자연스럽다.

 

갈등은 이외에도 '서로 상치되는 견해, 처지, 이해 따위의 차이로 생기는 충돌', '정신 내부에서 각기 다른 방향의 힘과 힘이 충돌하는 상태. 정신분석에 있어 근본 개념의 하나'라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내적 갈등'이라는 표현이 흔히 쓰이지만 '내적'이라는 말 없이 갈등이라는 단어만으로도 '내적 갈등'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나타낼 수는 있다.

 

한편 갈등을 뜻하는 영어단어 'conflict'의 어원은 조금 다르다. 우리말에서 갈등은 복잡하게 얽힌다는 뜻인 반면 'conflict'는 '서로 부딪치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confligere'에서 유래했다. 쉽게 말해 충돌한다는 의미다. 크지 않지만 재미있는 차이다.

 

참고로 영어에서 'com', 'con', 'co' 등의 접두어가 붙으면 '함께(with 혹은 together)'라는 뜻과 연관이 있는 단어가 된다. 대표적으로 회사라는 뜻을 갖고 있는 'company'는 함께(com) 빵(pany)을 먹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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